내가 싫다


그의 차, 벤츠. 내 눈앞에서 오픈카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닥 감이 오질 않더라. 이제 난 어릴 적 내게 용돈을 쥐어주던 내 누나, 형의 나이가 되었다. 반년간 일을 하고 그 돈으로 나머지 반년동안 신선놀음을 해온지 3년째. 내 마음은 아직도 10대의 순수함 그대로라 까불어보지만, 부풀어오른 머리통은 하룻밤 수십만원씩 써갈기는 바보놀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심지어 통장 잔고가 바닥났음에도. 덕분에 비 공식적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난, 현실을 살아가는 주변인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거듭났다. 스물 셋, 넷이면 가질 수 있는 대학 졸업장을 서른에 쥐게 될 나는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두렵다. 지금 이러고 있는 내가 정말 싫다, 밉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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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탁을 거절한 그에게 느낀 배신감은 사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었다. 군복을 벗어던졌던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 매일같이 영화 '대부' 에 빠져 살던 그때 그 시절, '나는 네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거야' 라는 영화 속 대사를 입에 달고 다니던 그때의 나에게 너무나 부끄럽다.







내가 싫다 날 믿지 않는 세상이 밉다 사실은 잘나가는 그 놈이 안되길 바란적 있다 질투와 시기는 왜 항상 날 악하게 만들어 모든걸 갖춘것 같은 놈의 미소가 역겨워 그까짓 부와 명예 필요 없다면 놈을 욕해 미리 시간이 오면 시간에 쫓기는 일의 노예 그렇게 잠시 미운 세상을 느끼고 잊다가도 술에 취하면 난 또 내게 사실을 고백하고 없었던 용기는 불타올라 난 300의 용사로 돌변해 길거리의 쓰레기통을 걷어차고 차도의 차들과도 맞서 어리석게 싸우려해 나를 부럽게 만드는 모든걸 모조리 부수려해 부끄럽게 그런 내가 싫다 지금 그런 내가 밉다

이젠 돈으로 사랑까지도 살수 있는 세상 내 머리속 반 이상은 계산기와 재산 멀어지는 천국의 계단 돈으로 계절도 바꿔 바다를 건너 여름 태양을 겨울에 볼수 있다 있는 이와 없는 이의 차이는 맘의 통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낙천적인 어느 시에 속아 한때 음악이 전부라며 무대 위로 올라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지금은 너무 많은걸 알아버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안간힘을 쓴다 내가 할줄 아는건 내가 하는 이것밖에 없다 이것마저도 뺏겨 버릴까 나는 떤다 언젠간 이것마저도 잊어버릴까 너무 겁나 나의 운명을 탓해 노무현을 탓해 어느 카페 앞에 번쩍거리는 외제차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딱해 보이는 내 자신이 싫다

니가 안되길 바란만큼 내가 잘되길 바라지 못한 나 니가 항상 나보다 난것 같이 보이는 너무도 못난 나 나는 이거 아니면 내 가족이 당장 굶어 내 병이 나를 죽여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을 보면 나는 힘을 낸다 솔직히 양심의 칼은 항상 내 가슴을 벤다 허나 난 항상 나와 그들의 불행을 자로 잰다 뻔히 보이는 propaganda 짜고 치는 타짜들이 만들어 내는 언론 플레이에 움직이는 여론들에 혼자겠지 난 세상에 대고 소리 질러댄다 내 양심의 칼도 가져가 한번 찔러라 내 아픔의 소리를 질러봐 이 척수염과 내 맘의 병도 가져가 길러봐 엄마를 아프게 하는 혹도 띠어가 검은 잉크의 무서움 모르고 적었던 내 이름 석자 십년이란 청춘이 흐르는 삶의 적자 댓가없이 팔려 나갔던 내 영혼의 비열한 삶의 사슬 먹이사슬은 아직도 이어가 지금 널 질투하거나 싫어하는 내가 싫다 밉다 부끄럽다






by 사람해요 | 2008/06/25 04:53 | 사실은 우울한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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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투피스 at 2008/06/25 09:45
니가 안되길 바란만큼 내가 잘되길 바라지 못한 나
이만한 가사가 없는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zoon at 2008/06/25 12:26
요즘 저도 제가 싫습니다.
그런거 모르고 살아온 인생인데..ㅎ
Commented by sesism at 2008/06/25 15:18
전 오늘 어이없는 사기에 말려든 제가 너무나 싫고 부끄럽습니다.
Commented by 슈3花 at 2008/06/25 23:48
어느 카페 앞에 번쩍거리는 외제차에 비친 내 얼굴이 너무 딱해 보이는 내 자신이 싫네요.
Commented by 사람해요 at 2008/06/26 01:03

투피스 / 정말 명 문장이네요. 많은걸 느끼게 해줍니다.

zoon / 스스로 늘 자신감 만땅이었던 예전이 그립습니다. 지금의 전 loserㅠㅠ

sesism / 그 사기꾼은 너무나 불행하게도 죽을까찌 스스로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부끄러워 하면서 살거에요.

슈3花 / 그 카페앞에 반짝거리던 그 차가 제 친구 차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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